“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저녁의 이야기”
“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저녁의 이야기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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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이 필요 없던 날이었다
누가 안부를 물어도
솔직하게 답하고 싶지 않았던 날이 있다.
"그냥 그래"
그 말 안에 모든 걸 숨기고
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던 그런 날.
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.
누가 있어도, 없어도 되는 공간
도망치듯 걷다
불 꺼진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.
처음 가보는 건 아니었지만,
오늘은 느낌이 좀 달랐다.
사람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고,
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곳.
그게 지금 필요한 전부였다.
준비된 공간, 준비되지 않은 나
문을 열자마자
조명이 말없이 반겨줬다.
작은 조명 아래,
정돈된 룸 하나.
그 안에 앉아 있으니
내가 어떤 상태인지
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이었다.
매니저의 응대는 조용한 위로였다
초이스라는 단어가
오늘따라 위로처럼 들렸다.
내가 원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
고를 수 있다는 것.
그리고 그 선택이
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
그날 알게 됐다.
소리 없이 흐르는 음악
노래를 부르기 위해 온 게 아니었다.
그냥 음악이 배경처럼 깔리는 공간,
그 정도면 충분했다.
마이크는 한 번도 들지 않았고
그 대신
가사 없이 마음을 흘려보냈다.
아무도 모르게 다녀간 자리
룸을 나올 때
누구도 나를 막지 않았다.
들어올 때처럼
조용히, 자연스럽게.
그런 마무리가
오늘 하루엔 딱 맞았다.